AI를 지금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작년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자주 하고 다녔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전공이 언제 아름답다고 느끼셨나요?" 어떤 수학 선생님은 "서로 각기 다른 언어, 문화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통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경이로움을 느꼈을 때"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어떤 도덕윤리 선생님은 "전공 서적에서 배웠던 사상가들의 말들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피가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인지의 외주화니, 교실 속 알고리즘이니, 하나의 새로운 먹거리로서의 업무 자동화니, 뭐니해도 결국 AI의 폭풍 속에서 흔들리지 않아야하는 교육의 본질 중 하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내가 느꼈던 전공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네,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순간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권용주 교수님의 가설 생성 과정에 대한 귀추적 모형이었습니다.
가설은 그냥 막연하게 떠오른 것이 아니다. 경험 상황에서 빌려온 설명을, 현재 상황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곧, 생명과학 교육의 핵심이라고 느꼈었거든요. 선생님, 선생님들은 어떤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었습니까? 선생님들의 전공 과목은, 선생님들에게 어떤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까?
전 요즘 사춘기라 아름다운 얘기 붙는 거 구경 좀 할래요....
저는 국어 전공의 아름다움이 '언어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의 삶의 양식을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 두 가지로 나누었지요. 소유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세계와 나를 분리된 관계로 인식하고,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계를 소유하려고 한다고 해요. 그래서 계속해서 관계가 끊길까 불안을 느끼죠. 반면, 존재 양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세계와 연결된 존재임을 이해하고, 나와 연결된 세계가 더 나은 세계가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고요. 저는 제가 만나는 학생들이 존재 양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그리고 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언어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애란 작가님은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과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중 어느 곳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어요. "현미경과 망원경 중에 어느 게 더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처럼도 다가옵니다. 당연히 두 가지 다 필요하고 우리가 어느 하나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오히려 더 신경 써 쓰는 건 렌즈를 닦는 과정인데요. 언어라는 손수건을 가지고 제가 렌즈를 잘 닦아서 바깥세상을 잘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근데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손수건이 더러운 손수건이라는 걸 의식하고 렌즈를 닦습니다. 언어라는 애초에 오염되고 불완전한 도구로 망원경이든 현미경이든 닦을 수밖에 없겠구나,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그러니까 아주 선명하진 못하겠구나, 진실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우리에게 여러 작가가 필요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이 대목에서 '내가 가진 손수건이 더럽다는 걸 의식한다'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언어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기에 말을 더 신중하게 고르고,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언어에 더 귀 기울이게 되니까요. 서로의 불완전한 손수건을 겹쳐 가며 세상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보려는 일, 저는 그게 곧 언어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태도는 제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수업의 모습이자, 제 국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닮아 갔으면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 연계 교육(마을교육공동체)과 PBL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AI를 공부할 때도, 우리가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연결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많고요. 사회의 여러 문제와도, 다양한 과목과도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과목. 그게 제가 국어를 참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강의를 가면 선생님이 던지신 질문을 저도 던져보고 싶어요 이 질문이 선생님들이 자기만으 프로젝트 수업의 주제를 찾는 시작점이 될 거 같아요 ㅎㅎㅎ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해요!!!
크으 그런 멋진 생각으로 생각의 귀추라는 앱이 탄생한거였군요?! 저도 꼭 체험해봐야겠어요 🧐 저는 사실 고등학교때까지는 수학에서 아름다움까지 느끼지는 못했던것 같아요. 대학교 수학에서 그 아름다움을 느꼈고 수학을 좋아하게 됐어요. 한 줄에서 그 다음줄로 넘어갈 때마다 모든 논리적 근거를 살피고,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완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저는 그 과정에서 진리를 대하는 수학자들의 진중함과 겸손함에 감동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