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서도 AI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줄여 보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생기부 초안, 가정통신문, 공문, 서논술형 채점까지요. 저도 관심이 많은데, 최근 나온 연구 두 편을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첫 번째는 스탠퍼드, NYU, MIT 등의 연구진(Yu 외, 2026)이 한 실험입니다. 1,237명에게 기사 요약, 맞춤법 오류 찾기, 동의어 떠올리기 같은 간단한 과제 24가지를 풀게 했는데요.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GPT-4o와 함께였습니다. 참여자들은 AI와 함께하면 평균 68.5초쯤 빨라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걸린 시간은 혼자 할 때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어려운 과제에서만 26초가량 줄었고, 쉬운 과제는 그대로였어요. 그래도 참여자들은 AI와 할 때 덜 힘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도와준다고 했을 때는 이렇게 기대가 부풀지 않았고요. 연구진은 이걸 '속도 향상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덜 힘든 느낌이 '빨라졌다'는 느낌으로 바뀐 셈이죠. 두 번째는 UC버클리 연구진(Ranganathan & Ye)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한 연구입니다. 직원 200명 정도인 기술 기업을 8개월 동안 지켜봤더니, AI를 쓰기 시작한 뒤로 일이 줄기는커녕 늘었다고 해요. 일이 늘어난 방식은 세 가지였습니다. 디자이너가 코딩까지 하는 식으로 맡는 일이 넓어졌고, 점심시간이나 회의 중에도 프롬프트를 던지다 보니 쉬는 시간이 사라졌고, 여러 일을 한꺼번에 돌리면서 머리는 더 바빠졌습니다. 연구진은 AI를 언제, 어떻게 쓸지 조직이 일부러 규범을 정해 두지 않으면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학교로 옮겨 보면 어떨까요? AI 덕분에 정말 줄어든 일이 있나요, 아니면 AI 때문에 새로 생긴 일이 더 많나요? 선생님들 경험을 하나씩 붙여 주세요. 참고: https://arxiv.org/abs/2605.23177 / https://aisparkup.com/posts/9161
저는 업무를 줄이려고 AI를 쓰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일을 덜 하려고 쓸 때보다, 중요한 일을 더 잘하려고 쓸 때 제 힘을 내는 것 같아요. 그럼 중요한 일이 뭘까요? 저는 철학자 캐런 바라드의 생각을 빌려 오고 싶습니다. 바라드는 우리가 세계 바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와 얽혀 있는 존재라고 봅니다. 제 앞의 학생과 동료, 학교가 자리한 지역사회, 그리고 이 모두가 발 딛고 선 지구까지요. 얽혀 있으니 그 연결에 응답할 책임도 생기죠. 바라드는 이걸 response-ability, 곧 응답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부릅니다. 일을 줄이려고 AI를 쓰면 결과물을 꼼꼼히 볼 이유가 약해집니다. 생각을 통째로 맡기고 싶은 유혹도 쉽게 찾아오고요. 반대로 학생 한 명에게, 우리 마을에, 지구에 더 잘 응답하려고 AI를 쓰면 결과물을 끝까지 따져 보게 됩니다. 이게 정말 맞는지 스스로 묻게 되고요. 두 연구가 보여 준 실패도 '덜 하려는' AI 사용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일을 적당히만 하겠다 생각하면 매우 빨리 끝나는 것은 맞는 것 같고 하지만 AI 유료구독까지 해서 뭔가 잘 해내야겠다 생각하는 경우, 이 좋은 것들로 뭔가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욕심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일이 일을 만들어서 계속 증식 하는 것 같습니다...... ㅠ 이번에 gpt 덕분에 시간표를 매우 잘 짤 수 있었는데 (감히 주어진 기준 내에 역대급이며 저보다 더 잘 짤 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당...) 쉽게 시간표가 나오고 나니 다음엔 그것을 멋지게 안내하고 잘 활용하기 위한 시간표 조회, 활용 웹앱을 만들고 싶어졌고, 거기에 명렬표 조회를 넣다가 출석부를 붙이고 싶고, 유용한 기능을 덧붙이고 싶고, 그렇게 네버엔딩 뭔가를 만들며 여전히 시간표로 뭔 짓(?)을 하게 된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