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복제하는 시대에 교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의미가 있을까 (컴시간 사례)
저는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AI 사용량이 있다거나 다른 소프트웨어가 대체할 수 없는 어떤 가치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소프트웨어 자체의 유료 판매는 장기적으로 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만든 결과물로 수익이 생기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방향성은 얼마 못 갈 것 같아요. 좋은 예시가 컴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컴시간도 물론 잘 만든 프로그램이겠죠. 그런데 여기 계신 능력자 선생님들이 각 잡고 만드신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컴시간보다 나은 앱을 만드냐 못 만드냐는 기술의 문제일 뿐이고 기술의 장벽은 이미 허물어지고 있으니까요. 또 컴시간의 문제는 앱의 퀄리티나 보안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따지고 보면 서버도 학교에서 돌리기 때문에 과금의 명분이 AI 시대에는 점차 약해질 거라고 봅니다. 미래에는 각자 학교에 맞게 최적화된 컴시간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이 사례는 컴시간만이 타겟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앱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예컨대 제가 만든 살핌도 멀지 않은 미래에 별로 필요 없는 앱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는 도름스가 교육이라는 도메인 안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함께 찾아 나가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습니다. AI를 활용해 또 다른 소프트웨어 판매를 이루어 내는 목표보다는 그 다음 단계로서요.
선생님들의 답 5개
시간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컴시간 알리미를 만드신 선생님은 전문 프로그래머도 아니셨을 텐데 15년 전에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만드셨을까, 정말 힘드셨겠다, 이 노력과 투입된 시간이면 합당한 수익을 받아 오신 게 맞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AI가 기존 레거시 프로그램들을 복제해 버리니 네가 만들 줄 알아? 그럼 나도 만들지가 돼 버려서,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로 수익화하기가 점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건 기존 레거시 개발자들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AI가 내 것을 다 복제하고 누구나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면 자기 프로그램의 향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될 것 같습니다.
AI가 기능은 구현해도 참여하는 실제 사용자들을 구현할 수는 없으니, 1인이 계속 기능 추가만 하는 것과 다르게 실제 사람의 참여를 통해 구성되는 앱들은 대체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냥 하나의 사례 공유로, 오 너 소프트웨어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면서 각자의 반려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일종의 스터디가 되면 좋겠어요. 소프트웨어 안에 기술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야 대체되지 않겠죠. 예컨대 싸이월드는 대체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망할 수는 있어도요.
저는 뭘 만들 때 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베낀 건 아닌가 싶은 게 잘 모르겠기도 해요. 이걸 해도 되나, 만들어져서 만들긴 했지만 배포를 해도 되는가 싶고요. AI와 여러 번 상의하긴 하지만 그건 인간이 아니니까요. 혹시 특허가 있어서 물어줘야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그리고 뭘 만들면서 오히려 제 업무 능력 부족과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뭘 알아야 뭘 만들 수 있더라고요.
AI 기능이 들어간 서비스를 만들 때 문제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생기부 초안 작성이든 AI 채점과 피드백이든, 내가 이걸 만들어서 연수로, 구독료로, 라이센스로 수익화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 서비스는 딸깍 지향 서비스로 갈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이런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선생님은 딸깍에 대한 니즈가 높은 분들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을 넣으면 딸깍 생기부가 생성되는 서비스와, 살핌처럼 교사의 관찰 누적이 있어야 생기부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 두 가지가 있다면 돈은 전자로 갈 거예요. 그런데 딸깍을 지향하면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선생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말하면서 근본적으로는 교육과 멀어지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교사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교발자는 수익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중독성 있고 비싼데 나와 주변 선생님들께 약간 도움이 되기도 하는 취미를 갖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