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모 회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3 겨울호(152호)에 있는 인터뷰글, '삶의 저자로 거듭나는 글쓰기 수업'을 다시 읽었다. 존경하는 이누리 선생님이 김제식, 김진해, 송동철, 탁동철 선생님에게 학생들과 '나를 만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글이다. AI로 글을 쓰고, AI로 그 글을 평가하는 것이 점점 보편적인 일이 되어 가는 지금, 왜 여전히 학교에서 학생들과 글쓰기를 해야 하는지, 교사는 어떤 마음으로 학생 글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삶의 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가진 '저자성'을 살려줘야 한다. 저자성을 살린다는 것은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가?'를 머리와 몸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말이다. 글을 쓰며 나와 연결되고, 세상과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세상과 연결된 저자에게는 머뭇거림, 멈춤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글을 읽는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를 본격 도입하며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 채점 도구를 활용할 거라는 계획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펴 낸 관련 문서들에 들어 있다. 글쓰기를 새로운 줄 세우기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담컨데, 정책을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는 순간 학생들은 글쓰기를, 언어로 세상과 연결되기를 귀찮아하고 증오하는 시민이 될 것이다. 전국모 회지 글에서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옮겨 본다. "세상과 타인이 온통 나와 무관하게 흘러간다고 여기는 단절감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하거나 공격적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자아와 세계와의 연결감을 느끼게 해 주지요. 예컨대 벚나무 가지에 비닐이 걸려 있는 하찮은 일이라도, 그것에 감응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글로 써낼 수 있으면, 내가 '지금 여기에 닿아 있는 인간'이고 세상이 결코 나와 관계없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탁동철 선생님) "솔직함에 앞서 글 쓰는 아이들의 존엄을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친구들을 저자로서 존엄을 가지고 대해야지 솔직하게 쓰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건 학생들을 저자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 서지 않고 교사가 독자의 입장이 되어 글 쓰는 학생들을 저자로 존중하는 것이죠. 스스로를 저자로 인식하는 것이 글쓰기를 즐겁게 만들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합니다."(송동철 선생님) "가장 좋은 피드백은 다른 반에 가서 잘 쓴 글을 읽어 주거나, 시집이나 문집을 내는 것이에요. 자기 글의 독자가 생기고 거기서 반응을 얻으면 아이들이 글을 더 쓰고 싶어하죠."(김제식 선생님) "교사가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여기를 이렇게 고쳐 봐"라는 식의 평가적 피드백이 아니라 독자로서 반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들이 마음을 움직였는지, 어떤 부분이 아름다운지 말해주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이 부분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라고 물어보는 것이죠. 어차피 처방을 준다고 해서 글이 다 고쳐지지 않거든요."(송동철 선생님)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글로 만나 보면 말이나 행동이나 겉모습에서는 알기 힘든 각각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을 동행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이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알기 때문에 그들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거죠."(김진해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