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사의 개발 얼마 전 AI 선도교사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여러 기업이 유료 교육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이미 내가 GPT를 활용해 만든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 기록실’과 ‘진로 보고서 코치’를 떠올려 보니, 두 프로그램을 잘 통합하고 학급 관리 기능만 붙여도 기존 유료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글쓰기 도구가 아니다. 교사가 과제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학생의 작성 과정을 확인하고, 피드백과 재작성을 연결할 수 있는 범용 클래스룸에 가깝다. 물론 구글 클래스룸이 이미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있지만. 각설하고, 클래스룸을 쓰지 않는 이유는 수-평-기 일체화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독서 기록, 논설문, 설명문, 서평, 진로 보고서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활동도 결국은 질문을 설계하고, 학생이 답하고, 교사가 반응하고, 학생이 다시 고쳐 쓰는 과정으로 묶을 수 있다. 내가 컨퍼런스에서 본 여러 유료 서비스의 본질도 특별한 AI 기술보다는 이런 수업의 흐름을 온라인에 잘 옮겨 놓은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과제를 만들고, 학생을 관리하고, 글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다. 그렇다면 내가 이미 만든 두 프로그램의 강점을 살려 국어과 수업에 더 잘 맞는 도구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2.문제는 기술보다 운영 지금까지 내가 만든 담임비서나 수행평가 생성기 같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EXE 형태였다. 교사가 자기 컴퓨터에서 실행하고, 자료도 자기 컴퓨터에 저장한다. 사용자마다 DB가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나는 프로그램 파일만 나누면 된다. 서버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다른 선생님의 자료를 내가 보관할 일도 없다. 내가 사용하려고 만든 도구를 필요한 선생님에게 무료로 나눈다는 내 개발 방식과 잘 맞았다. 하지만 웹앱은 다르다. 학생들이 각자 접속하고, 여러 교사가 학급을 만들고, 제출물과 피드백을 저장하려면 결국 인터넷에서 계속 작동하는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비용이 발생하고, 비용이 없더라도 계정 관리 및 개인정보 보호, 백업, 장애 대응 같은 책임이 생긴다. 그 순간 나는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이 도구로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 수업에 필요해서 만들고, 다른 선생님에게도 유용하다면 무료로 공유하고 싶다. 그런데 중앙 서버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해야 하고, 후원이나 유료 기능을 붙이자니 겸직 허가 같은 문제까지 따라온다.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계속 돈과 시간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EXE만 만들자니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웹앱은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이 각자의 기기로 접속할 수 있으며, 교사가 실시간으로 제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선생님이 웹앱 형태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일 것이다. 분명 매력적이지만 다중 사용자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반드시 서버를 감당해야 한다. 3.제작자냐 운영자냐 결국 내가 마주한 것은 EXE와 웹앱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제작자로 남을 것인지 서비스 운영자가 될 것인지의 문제였다. 지금으로서는 모든 프로그램을 하나의 방식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담임비서나 수행평가 생성기처럼 교사 혼자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EXE와 로컬 DB 방식이 적절하다. 글쓰기 클래스룸처럼 교실 안에서 여러 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교사 PC가 작은 서버 역할을 하고, 학생들이 같은 와이파이에서 브라우저로 접속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학생은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데이터는 교사의 컴퓨터에만 남으며, 중앙 서버 비용도 없다. 학생이 집에서도 접속해야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선택지를 둘 수 있다. 필요한 교사가 자기 Cloudflare 같은 무료 계정에 웹앱과 DB를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다. 나는 프로그램과 설치 방법만 제공하고, 데이터와 사용량은 각 교사의 계정에 귀속된다. 설치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내가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와 서버 비용을 떠안는 것보다는 내 개발 방향에 더 가깝다. 4. 방향성에 대한 고민 그래서 앞으로 개발은 이런 원칙을 준수하지 않을까 싶다. 1) 기본적으로 데이터는 사용하는 교사가 소유한다. 2) 중앙 서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우선한다. 3) 온라인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교사가 자기 계정에 배포할 수 있게 한다. 4) 나는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운영하기보다, 수업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나눈다. 편리한 웹서비스와 부담 없는 무료 배포를 만족시키기란-적어도 내 식견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허나 무엇을 만들 것인가만큼이나, 내가 그걸 어떤 방향으로 나누고 싶은지는 분명해져간다. 내 수업에서 실제로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그것이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 앞으로의 개발도 그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