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작년에 숭실대 컴퓨터공학과를 진학시킨 제자를 만났습니다. 1학년 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지도한 제자라 더 반갑고 그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컴퓨터 공학을 진학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요즘 대입 진학 상담을 하다보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단골 질문이 있습니다. "코딩도 과제도 AI가 뚝딱 다 해준다는데, 지금 컴공과에 진학해도 괜찮을까요?" 솔직히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자동화의 직격탄'을 맞는 첫 번째 타자가 개발자가 될 것이라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니까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재욱 교수님의 최근 강연(샤로잡다 시즌2)을 통해, 이 시대의 '컴퓨터 공학'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학 입시의 최전선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진학 담당 교사의 결론: 컴공과 진학, 말려야 할까요? 추천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컴공과 진학은 말릴 이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재욱 교수님께서 "만약 다시 20살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간다면 컴공과에 가겠는가?"라는 질문에 "무조건 가겠다"고 답변하신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의 AI 혁명은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나, 이제 막 코딩을 배우는 대학 신입생에게나 똑같이 '처음 겪는 낯선 기술'입니다. 모두가 공평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뜻이죠. 또한, 기술이 쉬워지면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집니다. 기계가 코딩을 쉽게 만들어주면, 이전에 기술적 장벽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많은 서비스와 산업이 새로 탄생하며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2. AI가 다 짜주는데, 컴공과 가면 도대체 뭘 배우나요? 단순히 "파이썬 문법", "자바 코딩"을 배우는 것이라면 컴공과에 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상위권 대학의 컴공과에서 진정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역량은 다릅니다. 비판적 안목(Critique)과 디테일: 자연어로 대충 지시해도(바이브 코딩) 99% 작동하는 그럴싸한 코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금융, 보안, 의료 시스템에서는 그 단 1%의 오류가 치명적입니다. 컴공과에서는 남들이 쉽게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서 그 치명적인 1%의 결함을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는 공학적 깊이를 배웁니다.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아주 잘게 쪼개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순차적인 알고리즘으로 변환하는 능력입니다. 이건 계산기가 있다고 수학을 안 배워도 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직접 타이핑을 하는 '막일'에서 벗어나, AI라는 똑똑한 부하 직원들에게 역할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코딩을 실제로 해본 사람만이 AI에게 제대로 된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3. 기발자(기획자+개발자)의 시대: 컴공과의 미래 비전 이제 과거처럼 "기획팀에서 아이디어를 던져주면, 개발팀이 밤새 코드를 짜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AI 도구의 발달로 혼자서 기획부터 개발, 서비스 출시까지 다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인재는 누구일까요? 바로 일상이나 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문제(니즈)'를 발견하고 정의할 줄 아는 사람, 즉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획력을 동시에 갖춘 '기발자(기획자+개발자)'입니다. 컴공과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만 푸는 수동적인 개발자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AI 툴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창조자'로서의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진학 지도를 위한 핵심 Point ! "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다"는 1차원적인 결과보다는, "AI가 짠 코드의 논리적 허점을 전공 지식을 통해 찾아내고, 어떻게 비판적으로 검증했는지"를 세특에 녹여낼 때 대학 입학 사정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