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I · PRIVATE EDUCATION COST
서울의 사교육비는 높다. 읍면지역의 사교육비는 낮다. 하지만 이 차이를 "지방은 교육비 부담이 적다"로 읽으면 안 된다.
사교육비는 지출 능력의 지표이면서 동시에 접근 가능성의 지표다.SRC1 학원이 멀고, 교통이 불편하고, 선택 가능한 강좌가 적고, 가구소득이 낮으면 사교육비는 자연히 낮게 나타난다. "지방은 사교육비가 적다"가 아니라 "지방에서는 사교육을 쓸 곳이 적다"로 읽어야 한다.
지역 격차는 계층 격차와 겹친다.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6.2만 원, 참여율 84.9%다.SRC1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9.2만 원, 참여율 52.8%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소득에 따라 선택지는 달라지고, 같은 소득이어도 지역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교육자원은 달라진다. 지방 저소득 학생은 이중의 제약을 겪는다. 쓸 수 있는 돈이 적고, 쓸 수 있는 곳도 적다.
학교 밖에서 보완할 수 없다면, 학교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 지방 공교육의 중요성은 "사교육비가 낮다"는 사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 낮은 숫자 뒤에 숨은 선택지의 부족과 접근성의 차이를 읽어낼 때 비로소 드러난다. (Fig. A 참조)
지역 규모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만 원, 2025년)
지역 규모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만 원, 2025년)
본문 II · ACHIEVEMENT GAP
교육격차는 대학 입시 직전에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되고, 중학교에서 누적되며, 고등학교에서 진로 선택의 차이로 나타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7년 이후 표집평가 체제로 전환되어, 시도별 학교 순위 비교에 써서는 안 된다.SRC5 이 기사에서는 시도별 서열화가 아니라 지역 규모별 차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만 다룬다.
핵심 질문은 "어느 지역이 몇 등인가"가 아니다. "어느 단계에서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가"다. 도시와 읍면 사이에 나타나는 격차는 단일 원인의 결과가 아니다. 사교육 접근성, 교원 구성, 학교 규모, 가구소득이 함께 작동한 결과다.
EVI(교육취약성 지수) 분석은 고등학교 단계에서 이미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구조적으로 높은 지역 군이 존재함을 보인다.SRC6 누적된 학습 결손은 고등학교 진입 이후 학업중단 압력으로도 이어진다. (Fig. B 참조)
중3 지역 규모별 보통학력 이상 비율 — 교과별 비교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
본문 III · SCHOOL DROPOUT
교육격차는 시험 점수의 차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학교 안에서 버티고, 어떤 학생은 학교 밖으로 이동한다.
2025년 전국 일반고 학업중단자는 1만 8,661명으로 최근 7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SRC7 이 가운데 고등학교 1학년은 1만 450명으로 전체의 56.0%를 차지한다. 고2는 7,346명, 고3은 865명이다.
고1 학업중단자 수는 2019년 8,293명에서 2020년 5,015명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5년 1만 450명에 이르렀다.SRC7 2026학년도 검정고시 출신 수능 접수자는 2만 2,355명이다. 학교 밖 입시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
학업중단 데이터는 "학교 밖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을 붙잡는 교육과정·진로·평가 체계가 충분한가를 묻는 신호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고 학교 선택지가 좁은 지역일수록, 학생이 학교 안에서 진로와 학습 회복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격차는 점수 차이를 넘어 학교 이탈로 나타난다.
고1 일반고 학업중단자 수 추이 (명)
본문 IV · EVI ANALYSIS
교육격차는 평균 성취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평균을 가진 지역이라도 한쪽은 하위권 학생 집중과 자원 부족이 겹친 취약 구조일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성취 분포가 안정적일 수 있다.
EVI(교육취약성 지수) 연구는 고등학교 학업성취 자료를 시군구 113개 단위로 집계한 뒤, 성취 수준과 학습 취약성 지표를 함께 반영해 지수를 구성한다.SRC6 각 변수는 Z-score로 표준화하고 취약성 방향을 통일한 뒤 동일 가중치로 합산한다. 핵심은 순위가 아니라 구조다.
K-means 군집분석으로 시군구를 세 유형으로 나누면, 고성취·안정형 43개교, 중간형 55개교, 저성취·취약형 35개교로 구분된다.SRC6 저성취·취약형 지역군은 영어·국어·수학 전반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낮다. 단순한 성취 차이가 아니라 누적된 학습 결손의 구조적 결과다. (Fig. D 참조)
GWR(지리가중회귀) 분석은 같은 변수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동함을 보여준다.SRC6 Moran's I 0.0910으로 약한 양의 공간 자기상관이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교육격차 완화 정책을 전국 단일 처방이 아니라 농촌형·중소도시형·대도시 주변형으로 분리해 설계해야 함을 시사한다.
EVI K-means 군집 분포 (학교 단위 기준, 총 133개교)
본문 V · SCHOOL INFRASTRUCTURE
지방의 교육격차는 어느 학원에 다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학교가 남아 있는가의 문제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곳에서 학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진다.SRC2 학급 수가 줄면 과목 선택권이 줄고, 과목 선택권이 줄면 진로 선택의 폭도 줄어든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만 보면 여건이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여러 업무를 맡고, 소인수 과목 개설이 어려워진다.
학교가 사라지면 학생은 더 멀리 이동한다.SRC4 방과후 참여는 어려워지고, 돌봄과 진로 상담의 접근성도 낮아진다. 폐교는 빈 건물의 문제가 아니다. 더 긴 통학거리, 줄어든 방과후 선택지, 약해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남는다.
도시의 교육격차가 어느 학원에 다니는가의 문제라면, 지방의 교육격차는 어느 학교가 남아 있는가의 문제다. 미활용 폐교를 지역 도서관, 디지털 학습센터, 진로체험 공간, 방과후 거점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폐교재산현황 (2025년 3월 기준, 개교) · 활용 = 매각·자체활용·대부, 미활용 = 보유 중 방치
본문 附 · POLICY DIRECTION
EVI 분석이 보여주는 결론은 단순하다. 교육격차 완화 정책은 전체 평균 점수를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취약성이 집중되는 학생·학교·지역을 정밀하게 찾아 구조적 조건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방 공교육의 목표는 서울의 사교육 경쟁을 학교 안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학교는 결핍이 아니라 학생 한 명의 성장을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아니라 교육권 기준으로 교원을 배치해야 한다. 지역 접근성, 통학거리, 교육복지 수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한 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개설하기 어렵다면, 지역 내 학교들이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하고 온라인 수업을 결합해야 한다.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방과후와 진로 상담이 학습 보완 장치이자 정서적 안전망이 된다.
GWR 결과처럼 같은 변수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으므로,SRC6 농촌형·중소도시형·대도시 주변형 지원 모델을 분리해야 한다. EVI 기반 교육취약지역 지도를 만들어 시군구별 지원 우선순위를 설계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고1 학교 적응과 학업 지속성을 별도 지표로 관리하고, 고교 진입 초기의 평가 부담과 학습결손을 조기에 진단해 학교 안에서 회복할 수 있는 상담·학습·진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附 · 데이터가 담지 못한 이야기
통계는 작은 학교 한 곳, 학생 한 명의 하루를 다 담지 못한다. 지역에서 겪은 교육격차의 경험과 바람이 이 벽에 쌓일수록 데이터는 사람의 얼굴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