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을 바랜 풍경에 시어를 되살리고, 자연에서 이치를 읽고, 음보를 끊어 노래하며 익히는 웹 학습 게임입니다.
<어떻게 진행되나요>
곡 하나는 네 단계로 이어집니다. 景 보기에서 바랜 풍경을 눌러 노래 속 사물을 찾으면 그 자리부터 색이 번지고 시어 카드가 나옵니다. 원문 아래 풀이에도 빈자리가 있어서, 카드의 뜻과 빈자리 앞뒤 말을 견주어 알맞은 칸에 넣어야 해요. 理 읽기는 곡마다 장치가 다릅니다. 1곡에서는 의원이 내민 약사발에 화자라면 뭐라고 답할지 고르고, 4곡에서는 먼 북쪽 하늘에 떠오른 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며, 8곡에서는 우레와 한낮의 해가 무엇을 빗댄 것인지 잇습니다. 10곡의 반짝이는 넓은 길을 고르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와요. 11곡은 절정이라 풀이 없이 원문만 보고 청산, 유수, 다짐을 잇습니다.
音 단계에서는 옛 판본처럼 띄어쓰기를 없앤 원문에서 한 마디가 끝나는 글자를 눌러 빗금을 긋습니다. 한 장은 네 마디, 종장 첫 마디는 세 글자라는 규칙이 화면에 늘 떠 있고, 맞게 끊을 때마다 그 마디가 장구와 가야금 가락으로 울려요. 박자를 맞추는 채점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의 마음을 고르면 풍경이 씻기듯 색을 되찾고 낙관이 찍힙니다. 마음 고르기의 틀린 보기에는 다른 곡의 마음이 섞여 있어서 열두 곡을 서로 가려내는 연습이 됩니다.
<학생 입장에서 한 번 더 다듬었습니다>
다 만든 뒤 AI에게 학생 역할(보통 수준 고1, 문학이 약한 고1)을 맡겨 정답표 없이 문항을 풀게 했습니다. 첫 판에서는 63문항 가운데 42문항을 바로 풀었고, 29문항은 답이 원문 풀이에 그대로 있었다고 적었어요. 틀린 보기가 엉뚱해서 작품을 안 읽어도 맞히는 문항도 많았고요. 그래서 시어의 뜻을 빈자리로 가리고, 틀린 보기를 기출 함정과 흔한 오개념으로 바꿨습니다. 천석고황을 자연에 이르지 못한 아쉬움으로 읽는 보기가 그런 예인데, 2023 수능에서 틀린 선지였던 내용입니다. 다시 풀려 보니 풀이에 답이 그대로 있던 문항이 29개에서 20개로 줄었습니다. 음보 끊기에 규칙 안내가 없다는 지적도 받아서 규칙 띠와 남은 빗금 표시를 넣었어요.
<수업에 쓰실 때 꼭 봐 주세요>
아이 주인공, 1곡의 의원, 3곡의 마을 사람, 바랜 풍경이 색을 찾는 연출, 곡마다의 장소 배치는 게임을 위해 지어낸 설정입니다. 장소는 퇴계의 「도산기」에 나오는 천연대, 천광운영대, 완락재 같은 실제 공간에 기대어 추정했고, 그림은 AI가 그린 상상화예요. 퇴계의 말은 발문 문장을 쉽게 옮긴 것만 쓰고, 의원이나 마을 사람이 처음 나올 때는 실제 작품에 없는 인물이라고 바로 옆에 적어 두었습니다. 원문은 붉은 낙관, 게임 설정은 청록색, 이본 노트는 황토색, 채점하지 않는 해석은 쪽빛으로 나눠 표시했어요.
해석이 갈리는 곳(3곡 종장, 5곡의 흰 망아지, 7곡 왕래풍류 등)은 여러 해석을 함께 보여 주고 채점하지 않습니다. 6곡 그림에서는 鳶飛(솔개가 난다)를 연날리기로 오해하지 않도록 종이연을 뺐습니다.
<원문에 대해>
원문은 퇴계 친필을 새긴 목판본(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의 판독을 따랐습니다. 4곡은 목판본대로 白雲, 5곡은 白駒(흰 망아지)예요. 판독이 확실하지 않은 몇 글자는 교재에서 널리 쓰는 꼴로 적었고, 『청구영언』과 다른 곳은 게임 안 이본 노트에 모았습니다. 원문 아래 줄은 풀이, 현대 표기, 원문만 가운데 고를 수 있어요. 풀이와 대사는 모두 새로 썼으니 쓰시는 교과서와 한 번 맞춰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음보 경계가 학자마다 갈리는 틈은 채점하지 않습니다.
<기기와 조작>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열립니다. PC, 태블릿, 휴대폰(세로) 모두 되고, 누르기와 끌어 놓기를 함께 쓸 수 있어요. 진행 기록은 학생 기기의 브라우저에만 저장되고 어디로도 보내지 않습니다. 곡 중간에 새로 고침해도 하던 자리에서 이어집니다.
<선생님용 기능>
주소 뒤에 ?teacher=1을 붙이면 모든 곡이 열리고 단계마다 정답 채우기 단추가 생깁니다. ?song=7처럼 붙이면 그 곡으로 바로 들어가요. 오른쪽 위 병풍 접기 단추는 화면을 덮고 소리를 멈추는 기능이라 반 전체를 한 번에 멈출 때 씁니다. 1부 결과 화면의 2부 단추는 다음 시간에 열리는데, 2부 첫머리의 되짚기가 하루 뒤 떠올리는 연습이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만든 과정>
관동별곡, 사씨남정기에 이은 세 번째 고전 문학 게임입니다. 먼저 목판본 판독, 발문과 「도산기」, 교과서와 수능·모의평가 출제 이력, 학생들이 흔히 갖는 오개념 서른여섯 가지를 정리하고, 관조형 게임과 코지 퍼즐, 시와 언어를 다루는 게임을 함께 살펴본 뒤 형식을 정했습니다. 기획과 코드는 Claude Code와 함께 만들었고, 수묵담채 진경산수풍 그림은 Codex CLI의 이미지 생성으로 뽑았어요. 배경음은 국립국악원 국악기 디지털 음원의 악구 녹음(공공누리 제1유형)을 이어 붙여 편집했습니다. 첫 화면에는 대금 청성곡, 1부에는 거문고 윗도드리, 2부에는 대금 염불도드리, 8곡에는 피리 수제천이 흐르고, 마음의 눈을 열면 같은 자리에서 거문고가 양금으로 바뀝니다. 노래 가락과 효과음은 브라우저에서 합성했어요. 시조 가락은 게임을 위해 새로 지은 것이고 퇴계 당시의 가락을 되살린 것은 아닙니다.
<솔직한 한계>
아직 실제 수업에서 돌려 보지는 못했습니다. 학생 검토도 AI에게 학생 역할을 맡긴 것이라 실제 반응이나 걸리는 시간은 다를 수 있어요. 7곡 차례 세우기처럼 여전히 쉬운 문항이 있고, 목판본 판독이 확실하지 않은 글자도 몇 있습니다. 수업에 써 보시고 걸리는 부분을 댓글로 알려 주시면 고쳐 나가겠습니다.